탈세계화의 파도: 격동하는 글로벌 공급망, 생존 전략은?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였던 세계화의 물결이 이제는 역행하며,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의 심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그리고 팬데믹이 남긴 상흔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고,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미래 산업의 지형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탈세계화의 가속화가 가져온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현상을 심층 분석하고, 주요 국가들의 전략을 살펴보며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탈세계화
World Map © 2025 by insightnotes.net

미중 갈등: 반도체에서 시작된 패권 전쟁의 서막

현재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동력은 단연 미중 갈등입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이 갈등의 최전선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 우위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조치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례로, 2023년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한 38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의 제재가 실제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CHIPS Act’를 통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목표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자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023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3,519억 개를 기록하며,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자체 생산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중 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이라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 자국 우선주의가 낳은 역풍

탈세계화의 또 다른 핵심 현상은 보호무역주의의 심화입니다.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고,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며,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등 특정 품목에 대해 북미 지역 생산 요건을 충족해야만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동맹국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IRA 시행 이후, 2023년 한 해 동안 약 2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투자가 미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IRA가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유인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유럽연합(EU) 역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환경 규제를 통해 사실상의 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역내 생산을 유도하고 역외 생산품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들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생산 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을 강요하고 있으며, 비용 상승과 효율성 저하라는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2023년 세계무역기구(WT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규 무역 제한 조치가 2022년 대비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 관계: 더욱 거세진 압박과 새로운 정책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2025년 1월 20일부터 시작되었으며, 그의 대중 정책은 더욱 강경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중국과의 완전한 경제 디커플링’을 강하게 주장하며,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최근 여러 차례의 협상과 조정을 거쳐, 현재 일반 품목에 대해서는 평균 약 30% 수준입니다. 다만, 펜타닐 등 일부 품목은 최대 55%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분야는 25~50%의 관세가 별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평균 약 19%였던 관세율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전례 없는 조치입니다. 이러한 고율의 관세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생산 기지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막대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 2기 정부는 기술 분야에서의 대중 압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더욱 분절시키고, 각국의 기술 자립화 노력을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6월 4일에는 “외국 테러리스트 및 기타 국가 안보 및 공공 안전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 입국 제한”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2025년에만 총 163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미국의 생산 능력 강화, 무역 정책 재조정, 그리고 국경 안보 강화 등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각국의 전략: ‘프렌드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의 부상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각국은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정학적 또는 이념적으로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 등 핵심 동맹국들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미국과 일본은 첨단 반도체 공동 연구 및 생산 협력에 합의했으며, 이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니어쇼어링(Near-shoring)’도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여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니어쇼어링 전략의 주요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2023년 멕시코로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입액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한 43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주로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셋째, 핵심 산업 분야의 ‘자국 생산 강화’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각국은 자국 내 핵심 산업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전략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기업들에게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운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회복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이 핵심

탈세계화의 가속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강경한 대중 정책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기업과 국가는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회복 탄력성을 갖춘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첫째,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단일하고 효율적인 체계가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과 국가 안보를 고려한 다각화된 형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둘째,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 기지 다변화와 핵심 품목의 자국 내 생산 역량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셋째,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프렌드쇼어링’과 인접 국가로의 이전인 ‘니어쇼어링’은 새로운 공급망 전략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은 더욱 복잡하고 분절적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은 생산 거점의 지역 분산, 재고 수준의 유연한 관리,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가시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강건한 공급망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 금융과 경제 관련 다른 포스트 읽기
👉 X(Twitter) 채널 구독하기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